독일 14

[베를린에세이] 두갈래길 중 하나를 선택하던 날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작 일 년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내 주변은 너무 달라져있었다. 같이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은 모두 졸업을 해 어느새 직장인이 되어있었고, 나는 학점이수와 졸업까지 6개월이란 기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교환학생을 마칠 무렵, 이미 내 마음속에는 다시 독일로 돌아가리라 라는 굳건한 의지가 생긴 후였다. 독일에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과 일하며 살아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조금 더 다른 세상을 보고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 이미 내 마음속엔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을 하리라는 선택지는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돌아와서 다시 일상에 적응할 즈음, 어느 날 저녁 엄마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서 독일에 유학을 가겠다고?" 이미 돌아오기 전, 엄마와 몇 차례 통화를 하면서 살짝 ..

베를린에세이 2021.08.04

[베를린에세이] 베를린에 도착하다

2013년 3월 드디어 베를린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을 떠나 테겔공항으로 도착하는 동안, 비행기 안에서 내내 교환학생을 끝내고 돌아와 한국에서 지낸 6개월을 돌이켜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기억들을 더듬어 가는 시간. 여권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오는데, 처음으로 도착한 테겔공항은 작아도 너무 작았다. 몇걸음 걸어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출구?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먼저 베를린에서 어학을 시작한 친구가 그곳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마중을 나온다는 얘기도 없었고 도착시간을 얘기한 적도 없었던것 같은데,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마치 어제 만난 친구처럼 담담하게 친구는 말했다. "오느라 수고했어" 놀라운 마음 반, 실망스러운 마음 반. 사실은 ..

베를린에세이 2019.03.31

[베를린에세이] 지난 7년간의 이야기들

베를린에 첫발을 디딘지도 벌써 6년이 다 되어간다. 아무도 없는 낯선 땅에 혼자 도착해 새 삶을 꾸려나가느라 그 동안의 이야기를 정리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겨 그 시간들을 돌아보니,그때의 선택은 나의 인생을 완전 바뀌놓았다. (c) Hyejin Cho 처음 한국에서 독일로 올 때에는 이게 이렇게 긴 시간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때는 그저, 졸업전까지 일년 유예기간이 생긴거라고만 생각했었다. 취직전선으로 뛰어들기에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고 무엇을 해야 좋을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든것이 혼란스러운 때에일년간 이 선택을 유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거라고그렇게 생각했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의 노트들(c) Hyejin Cho 독일행이 결정되면서 가장 먼저..

베를린에세이 2018.11.20

[발코니정원] 201504 첫 발코니정원 작업

긴 겨울이 가는 동안 내내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봄이 오면 파종하려고 한국에서 가져오고 이곳에서 구입했던 씨앗들 들깻잎, 고추, 바질, 파슬리, Shcnittlauch (차이브) 를 흙에 직접 심었다. 긴 화분에는 들깻잎과 고추 긴 화분은 발코니에 얹을 수 있는 놈으로 2개가 있는데 오른쪽이 깻잎(사진), 왼쪽이 고추. 작은 화분들에는 바질 파슬리 파를 파종했다. 독일에는 바우하우스(Bauhaus) 라고 건축부자재, 가드닝용품 등을 파는 큰 마켓이 있는데, 이곳에서 블루베리묘목과 올리브나무, 선인장들을 구입! 위의 사진이 블루베리 아래 사진이 올리브 둘 다 다른 화분에 심어져 있던 녀석들인데 좀 더 큰 화분에 옮겨 심어 줬다. 사진이 옮겨 심은 것. 앞의 세 녀석이 새로 들여온 아이들. 뒤의 선인장은..

독일정원일기 201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