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세이

[베를린에세이] 지난 7년간의 이야기들

쪼애 ZOE 2018. 11. 20.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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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첫발을 디딘지도 벌써 6년이 다 되어간다.


아무도 없는 낯선 땅에 혼자 도착해 새 삶을 꾸려나가느라 그 동안의 이야기를 정리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겨 그 시간들을 돌아보니,

그때의 선택은 나의 인생을 완전 바뀌놓았다.



(c) Hyejin Cho


처음 한국에서 독일로 올 때에는 이게 이렇게 긴 시간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는 그저, 졸업전까지 일년 유예기간이 생긴거라고만 생각했었다.


취직전선으로 뛰어들기에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고

무엇을 해야 좋을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든것이 혼란스러운 때에

일년간 이 선택을 유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의 노트들

(c) Hyejin Cho



독일행이 결정되면서 가장 먼저했던 일은 낡은 생각으로 가득한 낡은 노트를 정리하고

새로운 삶으로 채워나갈 노트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여운 발상이지만,

서점에서 발견한 청록색 노트에 새겨진 스타팅 라인이라는 단어가

왠지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줄 것 만 같았다.


그래! 난 이제야 출발점에 선거야.



(c) Hyejin Cho



떠나오던 날 새벽

잠이 안와 끄적인 일기장에는 그날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흥분, 고취, 의욕넘침


이 일년을 헛되게 보내지 않겠다는 다짐.

많이 보고 느끼고 내가 무엇을하며 살아갈지 결정하는 그런 일년으로 보내기를.

나를 찾아가기 위한 시간으로 보내기를.



모든 청춘들이 그러하듯

나도 고민과 방황이 많았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일년을 보냈던 슈투트가르트의 알만드링 기숙사

(c) Vereinigung Stuttgarter Studentenwohnheime e.V.




사실 일년 후의 나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내가 변했을 뿐.


그리고 그 일년이 계기가 되어 그때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운 현재의 내가 있다.



7년이 지난 지금


하고 싶은 일에 확신이 없던 나는,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삶의 의미에 대해 늘 궁금했던 나는, 내 삶의 과제를 찾았고


무엇보다 참 많이 행복해졌다.



나의 꿈, 삶을 방향성을 찾은 것, 행복해진 것

이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이것이 거기에서 그치지 않도록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기록하고 추적하며 정리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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