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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삶

[가벼운삶] 옷에 관한 명상

언제부터인가 입을 옷을 찾아 뒤적거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분명히 베를린에 처음 도착했을 때에는 무엇을 입을지,

어디있는 모든 것이 시야에 있어 그런 일이 없었는데..

 

어느순간부터 너무 많아진 짐 때문인 것 같다.

소유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조금 덜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옷으로 하기로 했다.

 

빼곡한 옷장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c) Hyejin Cho

겨울 스웨터들, 간절기 옷들, 운동복 등이 한데 뒤섞여있고,

보이는 옷 뒤쪽으로는 또 한켜 옷들이 쌓여있다.

 

특히나 옷걸이로 걸어두는 곳은 너무 빽빽하게 걸려있는 탓에 

옷들이 짓눌려 모양이 망가진 것들도 있었다.

 

보통은 세탁 후 입은 옷과 아직 입지 않은 옷으로 구분을 해 두고 보관을 하는데

입었던 옷의 공간도 역시나 이것저것으로 빼곡해서

더이상 공간이 없는 상태였다.

 

물론 모든 옷들이 언젠가는 마음에 들어서 산 것이지만

우리모두 그렇듯 항상 입는 옷만 입게 된다.

 

물론 처분해야할 것 중에는,

너무 유용하게 잘 썼기 때문에 낡아서 처분하는 것도 있었지만,

몇번 입지 않거나, 

불편을 감수하면서 입고 있는 옷들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구매 실수를 하지 않기위해

물건들을 하나씩 되새기며 처분을 하기로 했다.

 

(c) Hyejin Cho

사놓고 한번도 입지 못한 같은 디자인 다른 색상 티셔츠

사실 모양과 재질, 색상이 너무 맘에 들어 같은 디자인을 두개나 구매했지만,

구매 당시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

출근 때는 브라탑을 착용하고, 이미 브래지어는 처분한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저 디자인의 옷을 입으려면,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입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밀착되는 디자인이라 입을 일이 없었다.

 

(c) Hyejin Cho

엉덩이 밑까지 오는 핫팬츠

 

이건 집에서 입는 바지였는데,

이제는 집에서도 더이상 짧은 바지는 입지 않는다.

그리고 비슷한 반바지가 여러벌이라 이녀석들은 처분을 하기로 결정했다.

 

(c) Hyejin Cho

2011년에 구매한 조깅팬츠

 

거의 8년을 이 조깅팬츠 하나로 버텼더니,

허리부분이 낡아서 입을때마다 불편했다.

뜯어진 부분을 고쳤지만, 역시 금방 떨어져서 새바지를 구입했다.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c) Hyejin Cho

한창 살이 빠졌을때 입었던 스키니 팬츠

 

지금은 사이즈도 안맞거니와,

이제 더이상 스키니 팬츠는 입을 일이 없을 것 같다.

혈액순환이 안되는 느낌..

 

(c) Hyejin Cho

겨울 니트 여러벌

 

이중에는 너무 오랫동안 입어 헤진 것도 있고,

세탁실수로 망가진 것도 있고,

선물 받았으나 안입게 되는 옷도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항상 다른 니트들에 먼저 손이가서 오랫동안 입지 않은 니트들

너희와도 이제 이별이다.

 

(c) Hyejin Cho

간절기 티셔츠

 

녹색은 2012년에 구입했으니 벌써 7년이 되었다.

학생때까지는 정말 잘 입었던 옷이나,

졸업을 하고나니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입지 않게 되었다.

 

분홍색은 사실 출근할때 입으려고 새로 산 것이었으나,

색 때문에 영 손이 가질 않는다.

너무 무채색의 옷만 있어 화사한 것을 시도한 거였는데,

역시 크게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사지 않는게 답이다.

 

(c) Hyejin Cho

실내복으로 입던 티셔츠들

 

줄무늬 티는 2006년에 구입한 것이니 거의 13년이나 된 녀석이다.

하지만 어디 망가진 곳 하나 없이, 세탁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잘 버텨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실내에서는 봄가을겨울엔 수면잠옷과 함께해서

더이상 입을 일이 없게 되었다.

 

(c) Hyejin Cho

엄마가 베를린에 왔을때 챙겨오셨던 래쉬가드

 

한국으로 돌아가실 때 두고 가셨다.

하지만 나에게는 사이즈도 맞지 않고, 래쉬가드는 입을 일도 없으니

이역시 짐만 될 뿐이다.

 

(c) Hyejin Cho

2011년에 구매한 청으로 된 원피스

 

요긴하게 잘 입었다.

하지만 난 다리미를 써야하는 옷은 영 번거로워 입지 않고,

이 원피스는 언제부터인지 앞부분이 말려들어가 다리지 않고는 속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인다.

번거로워 입지 않게 되었다.

 

(c) Hyejin Cho

언제부터인지 나에게 너무 화려해진 스커트들

 

셋다 간헐적으로 잘 입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색이 화려하거나,

무늬가 화려하거나, 재질이 화려한 것은 잘 입지 않게 되더라.

 

(c) Hyejin Cho

면으로 된 롱 스커트

 

너무 얇아서 속옷 선이 비치는데

그것이 신경쓰여 어느순간부터 손이 가지 않는다.

 

(c) Hyejin Cho

누렇게 색이 바란 흰 티셔츠

참 좋아했던 티셔츠인데 안타깝다.

 

(c) Hyejin Cho

레깅스들

 

재질이 너무 까칠한 나일론 레깅스는 입고나면 피부에 자극이 심해 입지 않게 되었고,

안이 기모로 덧대진 것은 너무 압박이 심해 입지 않게 되었다.

 

(c) Hyejin Cho

얇은 간절기 겉옷

 

어깨부분이 색이 빠져서 입지 않는다.

 

(c) Hyejin Cho

겨울 코트

 

사실 굉장히 좋아하는 오버사이즈 코트인데,

이게 왜인지 모르겠는데 한번만 입으면 윗 단추가 떨어지고

또 달아서 입으면 그 아래 단추가 떨어지고

다시 달면 그 위가 다시 떨어지고...

 

이렇게 입을때마다 단추를 달아 3년을 넘게 입었다.

 

그러다 마침 독일에 오신 엄마께 부탁을 해서 

제대로 달아봤지만, 마찬가지였다.

 

너무 좋아해서 그렇게라도 살리고 싶었지만,

이제는 지쳤다.

 

(c) Hyejin Cho

겨울 모자, 토시, 조끼, 머플러

모두 3년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것들

 

(c) Hyejin Cho

월동을 위한 기모로 된 옷들이지만,

너무 꽉껴 답답하여 입어도 금방 벗게된다.

 

 

처분할 옷들이 점점 쌓여간다... (c) Hyejin Cho

그렇게 처분할 옷들을 옷장에서 꺼냈더니 

바닥 한켠이 수북하다.

 

(c) Hyejin Cho

더 미련이 생기기 전에 옷들을 봉투에 담았다.

이걸 처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속이 다 후련하다.

 

(c) Hyejin Cho

총 무게는 9.4kg

 

오늘 내 삶에서 9.4kg을 덜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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